지난 6월 맛보기 7종 세트를 주문했었습니다.

맛있었습니다.

특히 깍두기의 아삭하고 달콤함은 남달랐습니다.

아직도 깍두기는 1그릇 남겨주고 애껴놓고 있습니다.

추가주문을 할까 하다가 남은 김치 재고량이 많기에

애껴놓고 먹기로 했습니다.

대신 지난 8월 여름이라 시원한 열무김치를 추가로 주문하기로 했습니다.

훌륭한 선택이었습니다.

비빕밥, 라면, 편도 등 어디에도 잘 어울립니다.

김치의 기본, 배추에서 살짝 벗어난 반찬 베리에이션이 만족감을 극대화 시킵니다.

그런데 이때 한가지 불만이 꿈틀거렸습니다.

그리고 기본은 좀더 챙겨둬야지 하고 주문했던, 포기김치.

주문하지마자 큰 김치통에 옮겨 담았는데,

이런 젠,

제 고향은 전라도 입니다.

전 단짠 음식 성애와 젖갈 성애로 가득찬 욕망덩어리죠.

갖배달온 포기김치는 너무 밍숭합니다.

달작지근한것도 아니고, 매운것도 아니고, 알싸한것도 아니고,

흰 쌀밥과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대로 냉장고에서 조용히 자숙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10월,

지난 2달간 열무김치만 먹다보니 (깍두기는 가끔 기념일에 한두알씩 먹였죠)

물렸습니다.

어느날 새로나온 부대찌게 면을 끓이는데,

여기에 물기를 뺀 김치를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맛없는 포기김치를 소비하기에 이렇게 좋은 방법이 있구나 하며 쾌재를 불렀습니다.

2달여만에 세상 공기를 맞게된 포기김치.

아뿔사

넌 누구니

시원하고, 살짝 삭아 시큼하고, 적당히 달큼하고,  좋니

마치 내가 차버렸던 옛 애인이 쌍수하고 다이어트하고 나타났는데,

다시 심장이 쿵쾅거리는 기분입니다.

그렇습니다.

포기김치는 숙성 후 완성되었던 것이었습니다.

포기김치를 주문하시는 여러분

길게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꼭 한번 맛보세요.

냉장고에서 2개월 묵힌 포기김치.